오늘은 3일간의 긴 연휴가 끝나는 날인대
집에만 있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여자친구랑 광장시장에 갔다.
녹두빈대떡, 육회, 마약김밥을 먹었다.

그리고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주는 카페가 있다기에
종로에서 충무로까지 30분쯤 걸어서 이동했다.

그렇게 로봇이 만든 커피를 마시고
명동성당을 구경하기 위해서 다시 또 걸어서 이동했다.

도착하니 막 성당 내부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와달라며 우린 입장거부 됐다.
호그와트 같다며 예쁘다고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잠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구경하다가
출출함을 느껴서 칼국수를 먹으러 이동했다.


여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에도 이 곳에서 함께 식사를 했었다.
그때와 지금은 맛이 조금 변한 것 같다.
칼국수에 들어가는 다데기(숙주, 고기, 양파 등) 는
기름에 볶아져서 들어간 것 같은대, 전에는 못 느꼈던 불맛이 많이 난다.
울면+백짬뽕 스러운 맛이랄까..? 아무튼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슬슬 집에 돌아가려 지하철역을 향해 걷던 중에
외국인이 여자친구에게 전단지를 한 장 건내줬다.
전단지를 보니까 마사지 가게였는대
내 여자친구는 거의 매일 내게 안마를 해달라고 할 정도로 마사지 받는걸 좋아한다.
근데 돈 내고 가게에서 받아본 적은 거의 없었다.
"가격이 비싸진 않은대 한 번 받아볼까?" 하고 얘기를 나누며 생각하던 중에
전단지를 건낸 외국 여성분께서 잽싸게
"진짜 시원해요~" 하는 식으로 영업을 시도했다.
시간이 애매한대.. 어쩌구 하면서 얼버무리는 우리한테 가게가 저쪽에 있으니 직접 안내해주겠다, 방도 다 따로 되어 있으니 다른 손님과 같이 안 받아도 된다.
하면서 우리를 가게로 안내해줬다.
안마원(퇴폐업소 X)에 와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다소 어색해하며 카운터 직원에게 코스와 요금을 자세히 물어봤다.
발 마사지, 전신 마사지(40분) - 18,000원
전신 마사지만 (40분) - 25,000원
뭐 이런식으로 쓰여져 있었다.
발 마사지는 받으면 20분 정도는 아로마, 파라핀 등의 테라피를 받고 나머지 20분 정도가 안마 받는 코스라고 했다.
전신은 말 그대로 전신을 뜻하는 게 아니고, 상체를 뜻한다고 한다.
발이나 전신 둘 다 테라피 코스를 빼버리고
40분동안 안마만 받으려면 18,000원이 아닌 25,000원을 결제해야 한다고 설명 받았다.
난 유독 남이 안마 해줄 때 느껴지는 고통을 못 참는다.
그리고 꼭 돈을 내고 안마를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부담없는 발 마사지를 선택했다.
여자친구는 내가 안마를 해줄 때도 더 쎄게 주무르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여친은 두말할거 없이 상체만 40분을 선택했다.
그래서 난 발마사지+테라피 40분
여자친구는 상체마사지만 40분
총 43,000원을 결제했다.
둘 다 돈 내고 마사지를 제대로 받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요금을 결제하고 찜질복 바지를 건네 받았다.
발만 받을거니까 바지만 입고 와달라고 해서 갈아입은 뒤 족욕을 위해 준비된 뜨거운물 대야에 발을 담궜다.
나를 안내해준 안마사 분은 40대~50대 쯤 되어보이는 아저씨였다.
잠시 뒤 안마사분께서 발을 닦아주고 방으로 안내해줬는대
여자친구는 내가 누울 매트 바로 옆에 누워 있었다.
여친을 담당한 분도 나를 맡은 분과 비슷한 또래의 남성분 이였다.
처음엔 여자친구를 마사지해줄 분은 여성으로 바꿔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근데 나랑 같은 방에서 받는거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두었다.
최근 블로그에 책 인간관계론에 대한 글을 썼는대
안마를 받기 시작할 때 문득 이 책에서 배운 방법을 연습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 https://moneyonyourmind.tistory.com/m/34 )
'어떻게 하면 이 안마사 분들께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잠시 위와 같이 고민해봤고
우선 안마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이분들을 기분좋게 만들어드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지 대략적인 방향이 그려지니까 쉬웠다.
먼저 여자친구가 안마사분께 더 쎄게 해달라고 주문하는 순간부터 칭찬을 했다.
여친: "더 쎄게 해주세요!"
나: "여자친구가 안마 받는걸 좋아해요, 저도 거의 매일 안마를 해주는대 저는 잘 못하거든요."
"어때? 시원해?"
여친: "어 완전 시원해"
나: "역시 전문가분들께 받으니까 너무 시원해하네요. 저한테 받을 땐 이러지 않거든요 ㅋㅋ"
이런식으로 나를 낮추고 안마사 분들을 칭찬해드렸다.
그러자 피곤한 기색으로 안마를 하던 두분 모두 크게 웃으면서 우리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셨다.
여친의 안마사: "허허 매일 여자친구 안마를 해줘요? 자상하시고 좋으네요."
나의 안마사: "우린 맨날 하니까 안 힘들죠~ 하하, 근데 이 직업은 할게 못돼요~"
이 기세를 몰아서 두분은 중요한 사람이고 나보다 더 뛰어나다는 기분을 받게 해드리고 싶었다.
계속 여자친구의 반응을 끌어내서 우리가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신호를 줬다.
"평소에 내가 안마해줄 때랑 너무 다른대? 그럼 차라리 일주일에 2-3번 정도 돈내고 여기 오는건 어때?"
이런식으로 말이다.
그러다보니 두분의 자존감은 올라갔다.
다른 손님들보다는 더 신경써서 해주는 것 같았다.
물론 평소에 마사지를 안 받아봐서 비교대상은 없다.
아무튼 기분 좋아하는 두분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40분 코스 중에서 시간이 25분 쯤 지났을까?
나를 안마해주던 안마사분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안마사라는 직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나의 안마사: 이 직업은 할게 못 돼요~ 도우미 아가씨들이 한번 그 일에 빠지면 다른 일을 못하듯이 이 일도 똑같아요.
다른 기술이나 일을 배울수도 없구요. 절대 해서는 안될 직업이에요~
이 분의 자존감이 갑자기 떨어진 이유는 집에 돌아온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원래 자존감이 낮았을까?
아니면 내가 억지로 아첨을 한다고 느껴서 였을까?
사실 딱히 거짓말로 아첨한건 없었다.
내가 했던 칭찬은 다 진심이었다.
아무튼 이 분의 자존감은 올라가던 중 다시 떨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안마사분은 우리와 교감을 시도하고 대화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
상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말을 많이 하게 만들라는 데일카네기의 규칙을 성공시킨거다.
여자친구의 안마사분은
본인은 이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
매일 여자친구 안마를 해준다니 그건 정말 좋은 거다.
본인도 집에 가면 와이프 발마사지를 해주곤 한다.
내 여자에게만 잘해야 한다.
남자들은 멍청하게 한눈팔다가 이를 후회하곤 한다.
손가락을 이용하면 아프니까 팔꿈치에 무게를 실어서 안마해줘라.
혈점은 급소와 비슷한대 이 부분을 풀어줘야 혈관이 넓어지면서 혈액순환이 잘 된다.
여기 햄스트링 부분이나 골반 부분, 견갑골 부분을 이렇게 눌러주면 좋다.
일주일에 두번은 너무 많고 안마는 한달에 한번 몸이
아프다 싶으면 받아라. 돈내고 받을 필요 없다.
등등 본인 얘기와 나에게 도움되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물론 대화만 많이 한 게아니다.
안마코스 시간이 끝나서 내 발에 붙힌 파라핀을
내 안마사분이 떼려고 했더니 여친의 안마사분은
"내가 대신 떼어줄테니 먼저 퇴근하세요~" 했다.
원래 40분간 상체만 안마하는 코스로 결제했는대
하체와 상체, 어깨까지 1시간이 넘도록
정성껏 안마를 해주셨다.
겨우 몇마디 칭찬과 대화만 했는대
직업적인 자부심과 상냥함을 보여주신 거다.
안마가 끝나고, 너무 감사한 마음에
다음번에 명동에 오면 다시 또 찾아뵙겠다고
말씀 드린 뒤 악수를 청했다.
본인의 안마가 만족을 줬다는 생각 때문일까
수줍은듯 웃으며 우리를 배웅해주셨다.
상냥한 말 몇마디로 상대의 기분과 자존감을 얼마나 높혀줄 수 있는지를 평생 모르고 살아왔다.
인간관계론의 규칙은
실전에서 써도 그 즉시 먹힌다는 것을
오늘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다.
이 글을 쓰면서 아직도 충격적이다.
이렇게 쉬운거였다니?
앞으로도 만나는 사람들을 상대로 틈 날때마다 연습을
할거다. 필요할때 언제든 상대의 자존감을 즉시 높혀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습득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왜 인간관계론이란 책이 자기개발서적의 고전인지
나의 사례만 봐도 증명이 되니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사람들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화제에 대해서
말을 할 때는 지루해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을
말하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신이 날 정도로 흥미있어 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극작가이자 시인
오스카 와일드 1854~19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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