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클럽을 본 적 있는가?
당신은 케케묵은 영화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생각보다 재미없는 영화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오랜만에 책이 아닌 영화를 봤다.
1999년 개봉작 파이트클럽이다.
무려 21년이나 지난 영화라는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초반에 브래드피트가 자본주의의 산물을 씹어대며
독백을 하는 부분이 나오는대
내가 좋아하는 다른 영화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스타일리시한 냉소주의라고 표현해야 되나?
브래드피트가 맡은 배역인 '타일러' 라는 캐릭터엔
내가 어릴적 원하고 바란 이미지로 구현돼있다.
나는 범죄를 다루는 장르의 영화를 볼 땐
왠지 호기로운 감정과 끓어오르는 투지를 느낀다.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 대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 한국 영화로는 신세계가 비슷하려나?
파이트클럽을 오늘 처음 본건 아니다.
근데 처음 봤던게 언제였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어릴적에 봤던것 같다.
그래서 기억이 전혀 안 난다.
삶에 치이다 보면 영화의 내용같은건 매번 까먹는다.
언젠가 파이트클럽을 다시 또 보게 되면
브래드 피트와 그의 가죽자켓을 보고
'와 존나 멋있다' 라고 생각 할 것 같다.

작 중 주인공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 배역)은
'자기계발' 을 자위행위라고 표현하고
명품브랜드, 화려한 가구, 더 편안한 삶을 위해
자신과 환경을 통제하는 행동들에 반대한다.
이미 가진 것과 희망을 모두 버려야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극단적으로 아예 달리는 자동차에서 핸들을 놔버린다.
어쩌면 나는 타일러의 주장과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
대체로 난 열심히 자기계발 하고 가능한 스스로를 통제해서 남보다 더 많은 성과를 얻으려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불과 몇년 전까지 아무나 독설하고, 시비걸고, 싸우자는 식으로 상대의 약점을 조롱했었다.
심지어 술에 취해서 길가에 한 줄로 세워진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대책없이 발로 차서
모두 부러뜨린 적도 있다.
남한테 민폐만 끼치는 까칠한 쓰레기였다.
(절대 그래선 안됐다. 옳지 못한 행동이고 다른 사람의 사유재산에 피해를 끼치면 안된다.)
나를 만나는 모두에게 냉소적으로 대했는대
항상 독설을 날려도 속이 시원하진 않았다.
늘 삶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꼈었다.
지인과 카페에 앉아있을 때면
어떤 개념이나 정의, 정치인, 지인, 대중문화
아무거나 정하고 그게 왜 쓰레기인지 설명했다.
당연히 목표나 계획같은건 없었다.
자기계발이라고 하는 것도 아예 없었다.
자유롭게 주어지는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시간이 남아 돌았다.
타일러는 영화에서 신용정보 회사들에 폭탄을 설치하고 채무기록을 원점으로 만들어서 대혼란을 만들길 계획한다.
우리가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얻으려면
영화 속 타일러처럼 각 지역의 신용보증재단, 나이스신용정보,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에 폭탄을 터트려야 할까?
돈이 되는 걸 떠올리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새우고,만들고, 주식 시장을 분석하고, 돈 많은 친구와 어울리고,
많은 돈을 벌고 싶으면 우리는 이런데에 시간을 써야 한다.
자유시간에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싶으면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시간을 써야 한다.
주로 돈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면, 내가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버는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낄때까지 생각해봐야 된다.
자본주의의 산물을 혐오하거나 삶을 포기하거나 폭탄을 터트려서 리셋시키는 것 보다는
과연 내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통제할수 있을까?
하는 긴가민가한 상황을
내가 이만큼 했으면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거야. 나는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붙혀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그럴듯한 증거가 필요하다.
우리가 노력한 경험과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만큼
불안을 어느정도 지울수 있다.
쉽게 말해 내가 매번 말하던 노오오오력을 해야한다는 거다.
당신의 은행잔고가 100만원인대 어제 아이폰 13을 새로 샀다고 치자.
그리고 오늘 퇴근길에 직장동료와 대화하다가 거짓말처럼 손에 힘이 풀려서 이 아이폰 13을 떨어뜨렸다.
근데 말도 안되게도 휴대폰이 하필 하수구에 떨어졌다.
아직 휴대폰 할부원금은 120만원 남았다.
2년간 매달 5만원씩 잃어버린 휴대폰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금전까지 함께 대화를 나누던 직장동료는
당신에게 괜시리 미안함과 불편함을 느끼면서 괜찮냐고 묻는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살아온 환경이 모두 다르니까
120만원짜리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반응은 가지각색일거다.
당신의 별명이 '돌부처'면
"또 사면 돼요, 괜찮아요 ^^"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당신이 마이너스 통장 대출 1억, 이런 저런 다중채무 5000만원 이 있는 상태였으면
새로운 휴대폰을 살 생각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우리를 소유하게 된다'
파이트클럽에서 명언으로 꼽히는 대사 중 하나다.
위의 내가 만든 가상의 예시를 들어 생각해보자.
휴대폰이 분실/훼손 되어서 120만원의 금전적 손해를 입은 상황이다.
발을 밟히면 아프고, 총으로 심장을 쏘면 죽는 것처럼
금전적 손해를 보는건 평범한 사람은 누구나 속상해할 상황이다.
물론 120만원의 가치를 누구는 1200만원 처럼 느끼고, 누구는 12원 처럼 가볍게 느낀다.
은행잔고가 1조인 사람은 물건에 감정을 상하거나 크게 동요하지 않을거다. 또 사면 되니까.
빚이 2억인 사람은 크게 동요할 것 같다.
둘다 추측이지만.
소유한 물질이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우리의 감정이나 생활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건 팩트다.
요즘 스스로를 비혼주의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삶이 힘드니까 결혼, 출산, 주택구매 등 여러가지를 포기한다.
'내 아이에게는 원하는 모든걸 다 해주고 싶다."
모든 부모가 똑같은 생각일거다. 상황만 따라주면.
근데 빚이 2억인 사람이 출산을 하면
내 피붙이가 태어났다는 그 기쁨을
온전히 느끼긴 힘들지도 모르겠다.
나는 호주에서 살 때 위와 같은 문제를 떠올리곤 했다.
호주의 풍부한 자연이 숨쉬는 시골에서 살아보니까
그땐 물질의 영향권에서 아주 많이 벗어나 있었다.
한국은 호주보다 더 치열한 경쟁위주의 자본주의 사회고
물질과 가깝게 지내기 땜에 항상 물질의 영향력 속에 있다.
"너는 은행에 들어가 있는 너의 돈이 아니야, 너는 네가 모는 차가 아니야, 너는 너의 지갑에 들어가 있는 것들이 아니야. 너는 네가 입는 망할 옷이 아니야. 너는 노래하고 춤추는 세상의 쓰레기일 뿐이야."
(You're not how much money you have in the bank. You're not the car you drive. You're not the contents of your wallet. You're not your fucking khakis. You're the all-singing, all-dancing crap of the world.)
영화 속 타일러의 말은 궤변같지만 묘한 설득력이 있다.
희망을 다 포기한 채 먹고싶은 거 안 먹고, 사고싶은 거 안 사고, 탐욕을 다 포기하면
진짜로 느껴지는 공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책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포'와 '탐욕'은 쌍둥이 형제처럼 같이 다닌다.
둘다 나를 괴롭히는 형제들인게 문제지만.
내가 느끼기엔 자연을 벗삼는 것은 탐욕과 반대되는 행동이다.
비슷한 무소유나 미니멀리즘같은 가치를
중요시하게 되면 공포는 더 많이 줄어들더라.
그렇다 하더라도,갑자기 재수없게 암이라도 걸리면
그때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타일러는 살고싶다는 당연한 삶의 욕구마저
통제하지 않고 흘러가게 둔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필연적 결과와 고통의 극복에 집중했고
결국 죽음의 공포를 통제하는데 성공한다.
이렇게 얻은 카리스마로 많은 추종자를 통제해서 군대를 얻고 테러에도 성공한다.
그러나 작중 주인공 (에드워드 노튼 배역) 은
엄청난 공포에 온 몸에 땀이 범벅이 되고
큰 테러를 저지른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와중에도
이것을 극복하고 추가로 한발을 더 내딛는다.
결국 타일러를 물리치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킨다.
공포와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평범한 사람도
이를 극복하는 용기를 낼때 진짜 목표한 가치를 달성한다.
각본가나 감독은 이를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벌써 새벽 4시인대 글을 쓰다보니 어떻게 결론을 내야할지 모르겠다. 내게는 누구나 아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여 말하는 버릇이 있단걸 다시 또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결론을 내고 끝내겠다.
당신이 파이트클럽을 안 봤으면 꼭 봐라. 스타일리시 하면서도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은 좋은 영화다.
'인생이 바뀌는 일상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년 3개월 전에 월 1,000만원 벌었던 썰 (0) | 2021.10.14 |
|---|---|
| 부탁이나 요청없이 처음보는 직원에게서 공짜서비스 받는 방법 알려드립니다. (0) | 2021.10.12 |
| 월 소득 1,000만원의 직장을 포기하고 뜬금없이 남미로 여행을 간다면 벌어지는 위기 시뮬레이션 (1) | 2021.10.02 |
| 중2병이던 나를 떠올리며 쓴 글 (0) | 2021.09.30 |
| 번개장터에 가도 살수 없는 번개에 대한 일화와 추억담 (0) | 2021.09.24 |